반응형 영화 리뷰20 이터널 선샤인 (기억 삭제, 비선형 서사, 사랑과 선택)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도 화면 속 조엘의 심정이 이해가 갔습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을 통째로 지울 수 있다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거든요. 기억과 사랑, 그리고 선택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이 영화를 들여다보겠습니다.비선형 서사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층위이 영화를 처음 보신 분이라면 분명 한 번쯤 "지금 이게 언제 시점이지?" 하고 헷갈리셨을 겁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보니까 오히려 그 혼란스러움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미셸 공드리 감독은 이 영화에서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 구조를 사용합니다. 비선형 서사란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거나 역순으로 전개되는 .. 2026. 5. 14. 메카닉: 리크루트 (교도소 탈출, 청부살인, 액션 영화)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전작보다 낫겠거니 하고 기대를 꽤 높게 잡았습니다. 제이슨 스타뎀이 교도소에 자진 입소해서 타깃을 제거하고 유유히 빠져나온다는 설정부터가 심상치 않았거든요. 그런데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시원하긴 한데, 뭔가 허전하다"였습니다. 그 허전함이 어디서 오는 건지 곱씹어 보게 된 영화입니다.교도소 잠입부터 빌딩 외벽까지, 설계된 암살의 구조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주인공 비숍이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타깃을 제거하기 전에 반드시 알리바이(alibi), 즉 자신이 범행 현장에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구실을 먼저 만들어 둡니다. 여기서 알리바이란 범죄 수사학에서 피의자가 범행 시각에 다른 장소에 있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의미.. 2026. 5. 13. 가문의 영광 (조폭 코미디, 상견례, 원나잇 스탠드) 조폭 아버지한테 딸 데려다주러 여수까지 내려간 남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게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설정을 영화에서 처음 봤을 때 "이거 실제로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영화 가문의 영광은 그 황당한 전제를 어색하지 않게 밀어붙이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제 주변에도 비슷한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클리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있는 상견례의 공포제 지인의 형님 A 씨 얘기를 먼저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A 씨는 직업도 성실하고 성격도 순박한 사람인데, 인상이 워낙 험악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죄다 주눅이 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여자친구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평생 공직에 계셨던 장인어른이 A 씨를 보자마자 얼굴색이 바뀌셨습니다. 짧은 머리에 짙.. 2026. 5. 12.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고난, 희생, 반유대주의 논란) 어린 시절 교회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도중에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요. 그런데 성인이 된 뒤 다시 마주한 는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멜 깁슨이 담아낸 예수의 마지막 12시간,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고난의 서사: 겟세마네에서 골고다까지이 영화가 시작되는 겟세마네 동산 장면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예수는 자신에게 닥칠 일을 이미 알면서도 기도를 이어갑니다. 제가 직접 여러 번 봐왔는데, 이 도입부야말로 영화 전체의 핵심을 압축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는 것과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이후 예수는 제자 유다의 밀고로 유대 병사들에게 체포됩니다. 여기서 베드로가 칼을 뽑아 병사의 귀를 잘라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순간이 저는 늘 인.. 2026. 5. 12. 영화: 회사원 (위장 조직, 직장인 페이소스, 액션 서사) 당신이 다니는 회사, 정말 간판에 적힌 그 회사가 맞습니까? 저도 한동안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그리고 지인에게서 실제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뒤로는 길을 걷다 간판 없는 건물을 보면 잠깐 멈추게 됩니다. 영화 회사원은 그런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살인 청부 업체를 금속 제조 회사로 위장한 설정인데, 황당하다고 웃고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위장 조직, 현실에도 존재하는가영화 속 회사는 17층 오피스 건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출근부가 있고, 보고서가 있고, 실적 압박이 있습니다. 다만 그 실적의 단위가 '계약 건수'가 아니라 '표적 제거 건수'일뿐이죠.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이 영화의 설정과 묘하게 겹쳤습니다.. 2026. 5. 5. 영화 마약왕 (시대적 배경, 송강호 연기, 영화 완성도)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적이 얼마나 됩니까. 저는 마약왕을 보고 그랬습니다. 송강호가 약에 취해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혼잣말을 내뱉는 장면에서, 솔직히 이건 연기가 아니라 빙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70년대 실존 마약 밀매범 이황순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 과연 기대만큼 완성도 있는 작품이었을까요.수출이 곧 애국이었던 시대의 어두운 이면1970년대 한국은 GDP 성장률이 연평균 10%를 웃돌던 고도성장기였습니다. 정부는 수출 실적을 국가 대사로 치켜세우던 시절이었는데, 영화 속 이두삼이 일본에 필로폰을 팔며 "외화 벌어오는 거 아이가"라고 너스레를 떠는 장면은 그 시대의 왜곡된 자화상을 정확히 꿰뚫습니다. 실제로 웃기면서도 섬뜩했습니다.필로폰(히로뽕)은 메스암페.. 2026. 5. 4.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