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308

리멤버 (역사 기억, 복수 서사, 장르적 한계) 친일파를 처단하는 영화가 통쾌하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아직 그 역사를 제대로 정산하지 못한 걸까요?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단순히 재미있었다는 감상 이상의 무언가가 남아서, 뭔가 찜찜하고 동시에 뭉클한 이 이상한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알츠하이머와 복수 서사, 이 조합이 왜 유독 강렬한가영화의 핵심 설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필주는 뇌종양 말기와 알츠하이머를 동시에 앓고 있는 80대 노인입니다.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란 뇌의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어 기억력, 언어 능력, 판단력이 서서히 소실되는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바로 이 설정을 역설적으로 활용합니다. 모든 기억이 지워져 가는 사람이, 오직 하나의 기억만.. 2026. 4. 29.
곡성 (제작과정, 로케이션, 오컬트) 680만 관객. 2016년 한국 오컬트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극장에서 '무언가에 낚인' 숫자입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는데, 한 번 봐서는 도통 이해가 안 돼서 결국 세 번을 더 봤습니다. 볼 때마다 뭔가 다른 게 보이는 영화가 또 있던가 싶을 정도였죠. 그 치밀함의 정체를 촬영 현장에서 하나씩 뜯어보면, 나홍진 감독이 얼마나 집요하게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제작과정: 불편함을 '설계'한 현장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꺼내야 할 단어는 로케이션 헌팅(location hunting)입니다. 여기서 로케이션 헌팅이란 영화의 분위기에 맞는 실제 촬영 장소를 찾아다니는 사전 제작 과정을 의미합니다. 나홍진 감독 팀은 해남 두륜산 같은 산속 장면 하나를 위해 6개월 동안 전국의 산을 .. 2026. 4. 29.
닥터 두리틀 (배경·분석·실화) 아이가 어디선가 동물 영상을 틀어놓고는 "강아지가 뭐라고 하는 거야?"라고 물어볼 때, 솔직히 저도 잠깐 생각합니다. '저 표정이 배고프다는 건지, 그냥 놀자는 건지.' 닥터 두리틀은 그 순간의 호기심을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감정은 꽤 복잡했습니다.아내를 잃고 세상을 닫아버린 남자의 이야기닥터 두리틀은 동물의 언어를 알아듣는 능력을 가진 의사입니다. 그의 명성은 영국 왕실까지 닿아, 여왕으로부터 동물 보호 구역을 하사 받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이야기는 그 능력이 아니라, 그가 사랑한 여인 릴리의 죽음에서 시작됩니다. 탐험가였던 릴리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자, 두리틀은 저택 문을 걸어 잠그고 완전히 은둔 생활에 들어갑니다.여기서 영화가 활용하는 서사.. 2026. 4. 29.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모리아티, 액션 연출, 추리 비중) 탐정 영화를 보면서 "추리가 너무 적다"라고 불평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정반대의 감상을 가졌습니다. 화면이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셜록 홈스가 맞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 기묘한 여운이 뭔지를 짚어내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모리아티라는 빌런이 이 영화의 무게를 바꿨다제가 직접 봐봤는데, 자레드 해리스가 연기한 모리아티 교수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었습니다. 홈즈와 체스를 두며 말 한마디 한마디로 심리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그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원작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에서 모리아티는 내러티브 아치(narrative arch), 즉 주인공의 성장이나 몰락을 이끄는 서사 축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 2026. 4. 28.
영웅본색 (홍콩 느와르, 의리, 남성 서사)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 영웅본색을 봤을 때 그냥 총 많이 나오는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뭔가 가슴 한편이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이었죠.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는 걸 그때서야 실감했습니다.홍콩 누아르가 만든 서사 문법영웅본색(1986)은 홍콩 누아르(Hong Kong Noir)라는 장르를 사실상 정립한 작품입니다. 홍콩 누아르란 범죄 세계를 배경으로 하되, 단순한 선악 구도 대신 인물 간의 유대감과 비극적 운명을 중심에 두는 영화 문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나쁜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왜인지 그들 편을 들고 싶어지는 장르입니다.이 영화에서 송자호와 마크는 위조지폐 유통 조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명백히 범죄자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들을.. 2026. 4. 28.
소림축구 (영화 배경, 주성치 분석, 언더독 공식) 같은 영화를 열 번 봤는데 열 번 모두 웃었다면, 그 영화는 뭔가 다른 겁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러다 주성치의 소림축구를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웃음 코드가 예측 가능한 순간에도 웃음이 나오는 영화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소림축구가 만들어진 맥락, 그리고 홍콩 코미디의 결혹시 홍콩 코미디 영화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B급 정서"라는 말을 그냥 저급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소림축구를 보고 나서 그 말의 결이 달라졌습니다.소림축구는 2001년에 개봉한 주성치 감독·주연의 홍콩 코미디 영화입니다. 당시 홍콩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고,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홍콩 영화 시장이 1990년대.. 2026. 4. 28.
반응형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