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0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시대적 배경, 캐릭터 분석, 삶의 적용) 1592년 임진왜란 직전, 조선 조정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정치 싸움에 몰두하는 동안 백성들은 왜구의 위협 속에 방치되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구름을 버서난 달처럼은 바로 그 혼돈의 시대를 정면으로 껴안은 작품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혁명을 꿈꾸는 자와 생존을 선택한 자, 과연 누가 옳은가"라는 질문을 한참 붙들고 있었습니다.임진왜란 전야, 썩어가는 조정과 대동계의 탄생혹시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외적이 코앞에 닥쳐오는데 지도자들은 자기편 살리기에 바쁜 상황. 영화는 바로 그 장면에서 시작합니다.선조 임금 시절,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 야욕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조정 대신들은 서인과 동인으로 갈라져 서로의 발목을 잡기에 급급했습니다. 율곡 이이가 십만 양병설을 주.. 2026. 5. 21. 대호 (해수구제, 산군, 정호군) 호랑이를 죽인 사람이 영웅일까요, 아니면 호랑이를 죽이지 않은 사람이 영웅일까요? 영화 를 보기 전까지 저는 이 질문 자체를 떠올린 적이 없었습니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명포수 천만덕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냥 영화가 아니라, 100년 전 이 땅에서 실제로 벌어진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해수구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역사영화의 배경은 1915년 일제강점기입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해수구제(害獸驅除)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해수구제란 사람과 가축에 해를 끼친다는 명목으로 맹수를 조직적으로 박멸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표면상으로는 민생 보호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선의 자연과 정기를 지우려는 식민 통치의 연장이었다고 저는 봅니다.이 조치로 인해 수많은 조선 포수와 일본 사냥꾼들이 호랑이 사냥에 나섰습니다. 그.. 2026. 5. 21. 어쩔 수가 없다 (해고 트라우마, 자본주의 비판, 이병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그냥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스릴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극장을 나오면서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게 한참이나 가시질 않았습니다. 단순히 재밌는 영화가 아니었던 겁니다. 실직, 구직, 자존심, 가족.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요.해고는 왜 이렇게 사람을 부수는가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유만수라는 인물이 바비큐를 구우며 "이제 다 이루었다"라고 느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저게 평범한 중년 남자가 원하는 전부겠구나' 싶었습니다. 좋은 집, 아내와 아이들, 반려견, 20년 넘게 쌓은 커리어. 그런데 구조조정(Restructuring), 즉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하는 조치 하나가 이 .. 2026. 5. 21. 영화 브로커 (베이비박스, 대안가족, 온정주의) 영아 유기 건수는 2022년 기준 국내에서 연간 수백 건에 달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그냥 숫자로만 읽혔습니다. 그런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중개인을 보고 나서야 그 숫자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 있는지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베이비박스가 만든 기묘한 동행, 그리고 팩트영화 브로커은 베이비박스(baby box)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베이비박스란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신생아를 익명으로 맡길 수 있도록 설치된 함을 말합니다. 국내에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것이 대표적으로, 2009년 설치 이후 수천 명의 아기가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일반적으로 베이비박스는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동시에 영아 사망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는 .. 2026. 5. 21.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계급, 집단 광기, 사라예보)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옆 사람이 "재밌었어?"라고 물었는데, 딱히 '재밌다'는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슴에 걸린 채로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게 콘크리트 유토피아였습니다.아파트 계급 — 황궁 주민이 된다는 것의 의미영화의 배경이 되는 황궁 아파트는, 사실 고급 아파트가 아닙니다. 복도식 구조에 20평대 이하 소형 평형. 평소에는 맞은편 드림팰리스 주민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평범한 단지입니다. 그런데 대지진이 모든 걸 바꿔버립니다.여기서 주목해야 할 개념이 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입니다. NIMBY란 내 이익에 해가 되는 시설이나 집단은 내 주변에 두지 않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를 뜻합니다. 영화 속 황궁 주민.. 2026. 5. 20. 택시운전사 (1인칭 시점, 광주민주화운동, 평범한 용기)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송강호가 나오는 '잘 만든 상업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세상에 알린 건 국내 언론이 아니라,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인 기자와 그를 태운 평범한 택시운전사였다는 사실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국내 언론이 침묵할 때, 한 외국인 기자가 카메라를 들었다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중 한 명은 독일 공영방송 ARD의 특파원이었던 위르겐 힌츠페터입니다.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하고 그 영상을 전 세계에 보도한 인물입니다.국내 언론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먼저 짚어야 합니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언론 통폐합을 단행하며 보도지침을 통해 모든 방송과 신문을 통제.. 2026. 5. 20. 이전 1 2 3 4 5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