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0 영화 써니 (향수, 여성서사, 우정) 솔직히 저는 처음 영화 써니를 봤을 때 그냥 가볍게 웃고 끝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예상치 못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교 시절 친구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써니가 건드리는 것: 향수 코드의 정체영화 써니(2011)가 개봉 당시 900만 관객을 넘어선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향수(nostalgia)라는 정서적 기제를 정밀하게 건드립니다. 여기서 향수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과거의 특정 시절을 이상화하며 현재의 고통을 위로받으려는 심리적 반응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긍정적 기억 편향(positive memory bias)이라고 .. 2026. 5. 13. 두사부일체 (조폭코미디, 학교비리, 늦깎이학생)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봤을 때, "이게 그냥 웃긴 조폭 영화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 밖이었습니다. 웃음 뒤에 사학 비리, 교권 침해, 학력 차별이라는 묵직한 현실이 켜켜이 쌓여 있었거든요. 2001년 개봉한 영화가 지금 봐도 낯설지 않다는 게 오히려 더 씁쓸했습니다.조폭 두목이 고등학교에 간 이유, 그냥 웃기려고 만든 게 아니었다일반적으로 조폭 코미디 장르는 웃음을 위해 설정을 과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좀 달랐습니다. 계두식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러 가는 이유가 단순한 개그 장치가 아니라, 당시 한국 사회에서 학력이 곧 권위와 자격을 의미했던 분위기를 정확히 짚고 있었습니다.영화 속 조직원들은 "이제 바닥도 대학물 먹은 놈들이 많다"며 학력이 짧.. 2026. 5. 13. 가문의 영광 (조폭 코미디, 상견례, 원나잇 스탠드) 조폭 아버지한테 딸 데려다주러 여수까지 내려간 남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게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설정을 영화에서 처음 봤을 때 "이거 실제로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영화 가문의 영광은 그 황당한 전제를 어색하지 않게 밀어붙이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제 주변에도 비슷한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클리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있는 상견례의 공포제 지인의 형님 A 씨 얘기를 먼저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A 씨는 직업도 성실하고 성격도 순박한 사람인데, 인상이 워낙 험악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죄다 주눅이 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여자친구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평생 공직에 계셨던 장인어른이 A 씨를 보자마자 얼굴색이 바뀌셨습니다. 짧은 머리에 짙.. 2026. 5. 12. 영화 공조 (남북공조, 브로맨스, 슈퍼노트) 2017년 개봉한 영화 는 북한에서 탈취된 위조지폐 동판, 즉 슈퍼노트를 둘러싼 남북 형사의 공동 수사를 다룬 작품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재밌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남북 소재 영화라고 하면 어딘가 무겁고 비장할 것 같은데, 이건 달랐습니다.슈퍼노트 동판이 만든 긴장감영화의 핵심 맥거핀은 바로 슈퍼노트(Supernote) 동판입니다. 슈퍼노트란 북한이 제조한 것으로 알려진 고품질 위조 미국 달러 지폐를 뜻하며, 육안이나 일반 감별기로는 진폐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위조 화폐입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와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은 1990년대부터 슈퍼노트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왔고, 그 규모와 정교함이 일반 위조지폐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 2026. 5. 12. 영화 1987 (고문치사, 6월항쟁, 릴레이서사)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꽤 오래 미뤄봤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는 무겁고 피곤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987년 1월의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에게 이렇게까지 깊이 박힐 줄은 몰랐습니다.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 고문치사 사건의 실체1987년 1월 14일, 경찰은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조사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쇼크사(shock death), 즉 심리적·신체적 충격에 의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의사가 이미 사망 상태임을 확인했고, 부검의 황적준 박사가 내린 사인은 달랐습니다.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여기서 경부 압박이란 목 부위를 외부에서 강하게.. 2026. 5. 12.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고난, 희생, 반유대주의 논란) 어린 시절 교회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도중에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요. 그런데 성인이 된 뒤 다시 마주한 는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멜 깁슨이 담아낸 예수의 마지막 12시간,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고난의 서사: 겟세마네에서 골고다까지이 영화가 시작되는 겟세마네 동산 장면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예수는 자신에게 닥칠 일을 이미 알면서도 기도를 이어갑니다. 제가 직접 여러 번 봐왔는데, 이 도입부야말로 영화 전체의 핵심을 압축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는 것과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이후 예수는 제자 유다의 밀고로 유대 병사들에게 체포됩니다. 여기서 베드로가 칼을 뽑아 병사의 귀를 잘라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순간이 저는 늘 인.. 2026. 5. 12.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