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7 의형제 (남북 공작원, 버디무비, 모가디슈) 이념이 다르면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신 적 있습니까?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이 그 믿음을 조용히 흔들어놨습니다. 2010년 개봉한 장훈 감독의 영화 의형제, 남파 공작원과 해고된 국정원 요원이 한 지붕 아래서 서로를 감시하다 결국 형제가 되는 이야기입니다.버려진 두 남자, 그리고 동상이몽의 동거영화 의형제는 출발점 자체가 재밌습니다. 국정원 대공팀 팀장이었다가 파면된 이한규와,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남쪽에서 홀로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송지원, 이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를 속이기 위해 함께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한규는 지원을 감시하려 하고, 지원은 한규를 이용하려 합니다. 전형적인 동상이몽(同床異夢), 즉 같은 자리에 누웠지만 전혀 다른 꿈을 꾸는 상황이죠.제가 이 영화를 .. 2026. 5. 19.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설경, 무속신앙, 오컬트) 저도 처음엔 그냥 강동원 나오는 가벼운 오락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스크린 앞에 앉는 순간, 어릴 때 할아버지한테 들었던 이야기들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귀신 이야기, 방울 소리, 집안에 내려오는 금기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무속신앙과 오컬트 장르, 이 조합이 통할까이 영화를 두고 "한국형 엑소시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과 "결국 양산형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평이 동시에 나옵니다. 저는 두 입장을 모두 이해합니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무속신앙의 결을 살려낼 줄은 몰랐거든요.영화의 핵심 소재인 당주무당(堂主巫堂)이라는 개념부터가 그렇습니다. 당주무당이란 마을의 수호신이 머무는 신당(神堂), 즉 당집을 대대로 관리하고 수호신을 모시는.. 2026. 5. 17. 영화 반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서사, 카체이싱) 2020년 7월 개봉한 영화 반도는 약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K-좀비 장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저도 개봉 당시 극장에서 직접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스크린을 나오면서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거든요.포스트 아포칼립스, 현실에서도 일어났다영화 속 반도는 좀비 바이러스가 한반도를 집어삼킨 지 4년이 지난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란 문명 붕괴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장르를 뜻합니다. 전기도 수도도 없고, 법도 질서도 무너진 공간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다루는 이야기죠.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떠올린 건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였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상륙한 직후 제방이 무너지.. 2026. 5. 17. 영화 1987 (고문치사, 6월항쟁, 릴레이서사)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꽤 오래 미뤄봤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는 무겁고 피곤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1987년 1월의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에게 이렇게까지 깊이 박힐 줄은 몰랐습니다.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 고문치사 사건의 실체1987년 1월 14일, 경찰은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조사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쇼크사(shock death), 즉 심리적·신체적 충격에 의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의사가 이미 사망 상태임을 확인했고, 부검의 황적준 박사가 내린 사인은 달랐습니다.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여기서 경부 압박이란 목 부위를 외부에서 강하게.. 2026. 5. 12. 영화: 초능력자 (강동원, 미장센, 서사 완성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시 보려고 영상을 틀었는데, 제가 괜찮게 기억하고 있던 영화가 편집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아쉬운 구석이 꽤 많더라고요. 그런데 동시에, 딱 몇 장면만큼은 지금 봐도 소름이 돋았습니다. 강동원과 고수가 맞붙는 2010년 한국 영화 초능력자. 오늘은 그 묘한 온도 차이를 있는 그대로 풀어보려 합니다.강동원의 눈빛과 미장센, 정적인 공포의 설계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충격받은 건 특수효과가 아니었습니다. 전당포 안에서 강동원이 등장하는 순간, 주변 사람들이 멈추고 사장이 아무 말 없이 금고 쪽으로 걷기 시작하는 그 장면이었습니다. CG 한 줄 없이 배우의 눈빛과 주변 인물의 움직임만으로 공포를 만들어냈는데, 이게 영화 용어로 미장센(Mise-en-scène)의 힘입니.. 2026. 5. 1. 전우치 (한국형 판타지, 세계관, 강동원) 613만 관객. 2009년 아바타와 셜록 홈스가 동시에 극장을 점령하던 시절, 한국 도사 이야기 하나가 그 틈을 비집고 대박을 쳤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그냥 재밌는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니 이건 한국형 판타지 장르가 상업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증명한 작품이었거든요.한국형 판타지가 성립하려면 세계관이 탄탄해야 한다일반적으로 한국형 판타지 영화라고 하면 민속 신앙이나 무속을 살짝 얹은 호러물 정도로 여기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전우치를 보고 나서 그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전우치의 세계관은 고대 신화 구조인 신마적(神魔的) 서사를 기반으로 합니다. 신마적 서사란 신과 악마, 혹은 도술사와 요괴 사이의 대.. 2026. 4. 2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