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저녁,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다가 폭발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손이 멈춘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익스펜더블을 본 건 극장이 아니라 TV 앞 소파였는데, 시작하자마자 "이건 그냥 즐기면 되는 영화구나" 싶었습니다. 80~90년대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감각이 어떤 건지 바로 아실 겁니다.
올드스쿨 액션이 주는 감각, 직접 겪어보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봤습니다. 유명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지, 이야기가 얼마나 탄탄하겠냐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 밖이었습니다. CG보다 실제 폭발물에 가까운 질감, 배우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육탄전이 화면에서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익스펜더블이 고집하는 방식은 실용적 액션 연출(Practical Action Filmmaking)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용적 액션 연출이란 컴퓨터 그래픽 대신 실제 폭발물, 스턴트, 물리적 세트를 활용해 현장감을 살리는 촬영 방식을 말합니다. 요즘 마블 영화처럼 그린 스크린 앞에서 허공을 치는 장면과는 확실히 다른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느낀 건, 화면에서 먼지가 날리고 파편이 튀는 그 순간의 질감이었습니다. 세련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뭔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게 있었습니다. 그 감각이 80~90년대 액션 팬들이 이 시리즈에 열광한 이유일 겁니다.
익스펜더블이 80년대 액션의 공식을 따른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단순한 향수 자극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즈의 핵심 미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턴트와 실제 폭발을 중심으로 한 로파이(Lo-fi) 촬영 방식
- 주인공들이 실제로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현실감
- 캐릭터 간 동료애가 서사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구조
엔테베 작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이런 용병 팀이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떠오른 실화가 있었는데, 1976년 이스라엘이 감행한 엔테베 작전(Operation Entebbe)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이랬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에어 프랑스 항공기를 납치해 아프리카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약 100명의 유대계 인질을 억류했습니다. 더 심각한 건, 당시 우간다 독재자 이디 아민이 테러 세력 편에 서 있었다는 점입니다. 본국에서 4,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적진 한복판이었습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인 사이렛 매트칼(Sayeret Matkal)이 투입됐습니다. 사이렛 매트칼이란 이스라엘 국방군 소속 최정예 대테러 특수부대로, 고위험 인질 구출 및 정밀 타격 임무를 전담하는 부대를 말합니다. 이 부대가 택한 기만 전술(Deception Tactics)은 영화 장면 못지않았습니다. 기만 전술이란 적이 아군을 다른 존재로 오인하도록 유도하는 작전 방식인데, 이들은 이디 아민이 평소 타던 검은색 메르세데스 벤츠와 동일한 차량을 수송기에서 꺼냈습니다. 경비병들이 대통령 일행으로 착각하고 경례를 올리는 사이, 이미 제압 작전은 끝나 있었습니다.
작전 개시 30분 만에 모든 무장 세력이 사살되고 인질 대부분이 구출됐습니다. 다만 작전 지휘관이었던 요나탄 네타냐후가 전사했습니다. 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형이기도 한 그의 희생은, 이 작전이 단순한 성공 스토리로만 끝나지 않게 만드는 무게입니다. 제가 이 실화를 처음 접했을 때, 익스펜더블이 그리는 '베테랑들의 저력'이라는 주제가 단순한 픽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테베 작전의 성과는 이후 국제 대테러 작전의 교본이 됐습니다. 미국 국방부 산하 특수작전사령부(SOCOM)가 발간한 특수전 역사 자료에서도 이 작전은 성공적인 직접 행동(Direct Action) 작전의 대표 사례로 수록돼 있습니다(출처: 미국 특수작전사령부).
용병 영화의 한계, 솔직하게 짚어보면
저는 익스펜더블 시리즈를 시간 나는 대로 챙겨 봤는데, 솔직히 속편으로 갈수록 아쉬움이 쌓였습니다. 1편이 가지고 있던 날 것의 감각이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희석됐거든요.
가장 걸리는 건 각본의 서사 밀도(Narrative Density) 문제입니다. 서사 밀도란 이야기 안에 얼마나 유의미한 사건과 감정 변화가 촘촘하게 담겼는지를 뜻합니다. 익스펜더블은 배우들의 이름값이 서사를 대신하는 구조라서, 각 캐릭터가 왜 그 선택을 하는지 설득력 있게 쌓이질 않습니다. 리 크리스마스와 여자친구 사이의 이야기처럼 감정 신을 끼워 넣지만, 전체 흐름에서 붕 뜨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또 후반 시리즈에서 시도한 세대교체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젊은 배우들을 수혈했을 때 기존 팬들이 원하는 건 '새 피'가 아니라 '익숙한 근육'이었거든요. 시리즈 정체성의 모호화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캐릭터 서사 외에 연출 면에서도 짚을 부분이 있습니다. 속편으로 갈수록 편집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액션 자체의 구도를 읽기 어려워졌습니다. 액션 영화에서 편집 리듬(Editing Rhythm)이란 관객이 공간과 인물의 위치를 인식하면서 액션을 따라갈 수 있게 해주는 호흡인데, 이게 무너지면 아무리 화끈한 폭발도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직접 앉아서 보면서 그 공허함을 꽤 자주 느꼈습니다.
영화 속 용병 팀의 직업윤리를 다루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현실에서 민간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은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수행하는 역할 때문에 국제인도법(IHL,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적용 여부를 두고 꾸준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인도법이란 무력 충돌 시 민간인과 전투원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 체계를 말합니다. 스크린 속 익스펜더블 팀은 그 회색지대를 경쾌하게 건너뛰지만, 실제 현실에서 PMC의 법적 지위는 훨씬 복잡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국제적십자위원회).
정리하면, 익스펜더블 시리즈의 한계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서사 밀도 부족으로 인한 캐릭터 감정 이입 실패
- 속편 편집 리듬 붕괴로 인한 액션 가독성 저하
- 세대교체 시도가 기존 팬층과 신규 팬층 모두 잡지 못하는 결과를 낳음
익스펜더블은 세련된 영화가 되려다 실패한 작품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세련됨을 목표로 삼지 않은 영화입니다. 저는 그 솔직함이 오히려 이 시리즈를 살아남게 한 힘이라고 봅니다. 맥주 한 캔 옆에 두고, 생각 없이 폭발과 주먹질을 즐기고 싶은 날이 있다면, 익스펜더블 1편만큼 솔직한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단, 이야기의 깊이를 기대하고 앉으시면 30분 안에 리모컨을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제 경험에서 드리는 솔직한 조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