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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 2017 (투탕카멘 저주, 다크 유니버스, 흥행 실패)

by orangegold8 2026. 5. 3.

영화 미이라 2017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톰 크루즈가 주연이고, 유니버설 픽쳐스가 마블 못지않은 세계관을 직접 선언하며 내놓은 작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게 호러 영화야, 액션 영화야?"였습니다. 그 혼란이 이 영화의 핵심 문제였고,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습니다.

투탕카멘 저주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현실

영화 속 아마네트 공주가 수천 년 만에 봉인에서 풀려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1922년의 실제 사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발굴한 투탕카멘의 무덤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설마 진짜?" 싶었는데, 기록을 하나씩 확인할수록 그 오싹함이 영화를 넘어섰습니다.

발굴 직후 자금 후원자였던 카나번 경이 모기에 물린 상처에서 시작된 패혈증(Septicemia)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패혈증이란 세균이 혈류로 침투해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한 모기 자국이 사람 목숨을 앗아간 셈인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숨을 거둔 순간 카이로 전역에 원인 불명의 정전이 발생했고, 영국에 있던 그의 반려견도 같은 시각에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 발굴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이 잇따라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파라오의 저주'라는 말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물론 현대 과학은 초자연적 설명 대신 다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수천 년간 밀폐된 무덤 내부에 축적된 아스퍼길루스 플라부스(Aspergillus flavus)라는 곰팡이 포자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폐를 공격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아스퍼길루스 플라부스란 유기물이 분해되는 환경에서 자라는 독성 곰팡이로, 흡입 시 폐 감염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립보건연구원(NIH)의 자료에 따르면, 밀폐 공간에 장기간 형성된 곰팡이는 면역 저하 상태의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NIH 국립보건연구원).

영화 속 거미 떼와 수은 감옥, 고대 저주의 상징들은 사실 이런 현실의 공포에서 영감을 받은 설정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영화는 그 공포를 제대로 살리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실제 투탕카멘 사건이 주는 서늘함은,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 반복된다는 데 있었으니까요. 그 불확실성이 영화에는 없었습니다.

다크 유니버스 — 기초 공사를 잊어버린 세계관

제가 이 영화를 본 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아마네트의 매력이 충분히 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 왕의 유일한 후계자였다가 아들의 탄생으로 권력을 빼앗기고, 죽음의 신 세트(Set)와 어둠의 계약을 맺어 산 채로 미라가 된 공주. 설정만 놓고 보면 이건 진짜 무서운 빌런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서사를 깊이 파고들기보다 톰 크루즈의 액션 시퀀스를 채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공유 세계관(Shared Universe)이라는 개념이 문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공유 세계관이란 여러 독립된 영화나 시리즈가 하나의 세계를 배경으로 서로 연결되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마블의 MCU(Marvel Cinematic Universe)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데, 유니버설은 그 구조를 처음부터 모방하려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단독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먼저 확보하지 않은 채, 다크 유니버스(Dark Universe)의 세계관 설명과 복선을 첫 작품에 몰아넣은 것입니다.

이 영화가 범한 핵심 오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장르 정체성 부재: 1999년판 미라가 가졌던 모험 활극의 유쾌함도, 정통 호러의 공포감도 어느 쪽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 주객전도된 서사: 빌런 아마네트의 동기와 감정선보다 향후 시리즈를 위한 세계관 설정이 우선시 되었습니다.
  • 캐릭터 동기의 빈곤: 주인공 닉이 스스로 세트의 제물이 되는 결정은 서사적 설득력이 부족해 관객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실제로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기준으로 이 영화의 평론가 지수는 15%에 그쳤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이 수치는 단순한 혹평이 아니라, 세계관 구축 전략 자체에 대한 평단의 거부 반응이었다고 저는 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영화는 흥행 이후 평가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미라는 그 반대였습니다.

아쉬운 건 다크 유니버스의 라인업이 결코 허술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드라큘라, 지킬 박사와 하이드, 프랑켄슈타인, 투명 인간, 늑대 인간 같은 고전 괴물 캐릭터들은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서사를 가질 수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는데, 당시 캐스팅 발표 단계에서는 조니 뎁의 투명 인간이나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라군도 기획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 라인업이 제대로 구현되었다면 꽤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은 세계관보다 지금 이 영화가 재미있는지를 먼저 본다"는 당연한 사실을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증명했습니다. 그 교훈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세계관을 만들고 싶다면 첫 번째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 그걸 잊으면 아무리 거대한 기획도 첫 단추에서 무너진다는 것을 미라가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미라(2017)는 실패한 영화지만, 그 실패 방식이 꽤 교과서적입니다. 다크 유니버스가 완전히 소멸한 건 아닌 만큼, 언젠가 이 캐릭터들이 제대로 된 방식으로 다시 스크린에 돌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일단 지금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흥행 실패작이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용도로 한 번쯤 보시는 걸 권합니다. 반면교사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참고: https://youtu.be/-nSX9 He0 ekI? si=tdFojKn471 OCF0 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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