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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슈퍼맨, 코덱스, 히어로)

by orangegold8 2026. 4. 19.

영화 맨 오브 스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맨 오브 스틸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냥 슈퍼맨 액션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생각보다 묵직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힘이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무게를 혼자 버텨야 한다는 것. 그 장면들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슈퍼맨의 탄생, 그 힘은 선물이 아니었다

저도 처음엔 슈퍼맨 이야기를 단순한 영웅 서사로 봤습니다.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의 클락 켄트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능력을 가진 덕분에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능력 때문에 어린 시절 내내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영화에서 클락이 화재 현장에 맨몸으로 뛰어들거나 물속에 가라앉는 스쿨버스를 건져 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돌아오는 건 감사가 아니라 주변의 두려움과 의심이었습니다. 이 설정이 저한테는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남들보다 특출 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도,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일상에서도 경험하니까요.

참고로 영화에 등장하는 미국 스쿨버스의 가격은 크기와 종류에 따라 한 대에 약 1억 2천만 원에서 3억 8천만 원에 이릅니다. 이 가격이 납득이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스쿨버스는 아동 안전을 위해 고강도 강철 프레임과 방탄 소재를 사용하는 군용 장갑차 수준의 내구 기준을 적용합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스쿨버스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상 교통수단으로 분류됩니다(출처: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웬만한 슈퍼카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겁니다.

코덱스의 비밀, 클락이 짊어진 진짜 무게

영화의 중반부에서 클락이 자신의 출생을 마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크립톤 행성이 혼란에 빠지던 시점, 클락의 친부모 조엘과 라라는 아들을 지구로 보내면서 코덱스(Codex)를 그의 몸 안에 흡수시킵니다. 여기서 코덱스란 크립톤인들의 유전 정보 전체가 담긴 생물학적 데이터베이스로, 쉽게 말해 한 문명의 미래를 통째로 담은 설계도 같은 것입니다. 클락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한 행성의 명운을 몸에 담고 있었던 셈입니다.

저는 이 설정에서 제가 군대 다닐 때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밥 먹으면서 한 번씩 나오는 주제가 있잖습니까. "야, 나 슈퍼맨 되면 뭐 할 것 같아?" 그때 누군가는 돈을 벌겠다 했고, 누군가는 그냥 날아다니고 싶다고 했습니다. 착한 이야기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 말하기 민망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다들 좋은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야망과 욕망이 섞여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 자리에서 순수하게 "세상을 구하겠다"고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저는 그 사람이 천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클락이 특별한 건 그 힘을 타고났다는 사실보다, 그 힘을 어떻게 쓸지 선택하는 순간 언제나 타인을 먼저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배경에는 양부모의 교육이 있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부모 아래서 자랐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걸 이 영화는 꽤 직접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조드 장군과 DC 유니버스의 세계관

악역 조드 장군의 목적은 단순한 정복이 아닙니다. 그는 지구를 테라포밍(Terraforming)하려 합니다. 테라포밍이란 다른 행성의 환경을 인간 또는 특정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으로 개조하는 기술 개념입니다. 즉, 조드는 지구를 갈아엎고 그 위에 크립톤을 새로 세우려 했던 것입니다. 클락 몸 안의 코덱스는 그 계획의 핵심 열쇠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악역 설정이 더 무서운 이유는 그들이 틀렸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드도 자기 문명을 지키려는 목적이 있었고, 그 논리 안에서는 나름의 정당성이 있었습니다. 선악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수록 이야기는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는 DC 확장 유니버스(DCEU), 즉 DC 코믹스 기반의 히어로들이 공유하는 거대한 세계관의 단서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우주 전투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는 웨인 엔터프라이즈 로고가 붙은 인공위성입니다. 배트맨 브루스 웨인이 경영하는 기업의 자산이 이미 우주 궤도에 있다는 설정으로, 저스티스 리그 결성을 암시하는 복선이었습니다. 이런 디테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이 영화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입니다.

맨 오브 스틸을 지금 다시 봐야 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DCEU의 출발점으로 이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로 이어지는 세계관의 시작
  • 헨리 카빌이 슈퍼맨 슈트를 처음 입은 작품으로, 그의 버전은 이 영화가 마지막
  • 크립톤 문명, 코덱스, 테라포밍 등 SF적 설정이 단순 히어로물과 차별화된 지점
  • 곳곳에 배치된 DC 세계관 이스터에그들

힘을 가지면 누구나 영웅이 될까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만약 일반인이 갑자기 클락과 같은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솔직히 모든 사람이 선하게 쓸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건 제 경험에서 나온 생각입니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걸 보면서 결국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힘의 크기와 그 힘을 감당하는 그릇의 크기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것은 한 인물이 이야기 전체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나타내는 서사적 곡선을 의미합니다. 클락의 캐릭터 아크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그가 힘을 얻어서가 아니라, 그 힘을 어떻게 쓸 것인지 선택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 선택은 결코 외계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심리학회(APA)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양육 환경과 부모의 가치 전달 방식은 성인이 된 이후의 도덕적 판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 클락의 이야기가 결국 인간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슈퍼맨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그만큼의 책임과 대가가 따른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갑자기 그 힘을 갖게 됐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 선택은 아마 그 사람이 평생 살아온 방식 그대로 나타날 겁니다.

맨 오브 스틸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닙니다. 헨리 카빌 버전의 슈퍼맨을 더 이상 새로운 작품에서 볼 수 없게 된 지금,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기록이 됐습니다. 한 한번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입니다. 이미 보셨다면 DC 세계관의 복선들을 찾아보면서 다시 한번 돌려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두 번 봤을 때 처음엔 몰랐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참고: https://youtu.be/eCByEPEwx_8? si=tcdmPuJTkrgKya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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