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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 (멀티버스, 보이드, 팀워크)

by orangegold8 2026. 4. 23.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9세 관람불가 마블 영화라는 말에 그냥 피 튀기는 액션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이 멍했습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이야기가 단순한 히어로 활극이 아니라,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어벤저스 면접 탈락, 그 이후의 삶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서 문이 닫혔을 때, 그다음 발을 어디에 내디뎌야 할지 모르겠는 그 느낌 말입니다.

저는 소방관에 비유하자면 일반 사람들에게 영웅 같은 존재로 불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현장에 먼저 들어가고, 누군가를 지키는 역할이죠. 그래서인지 웨이드 윌슨이 어벤저스 면접을 보는 장면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그 절박함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으니까요.

웨이드는 MCU 유니버스인 지구 616에 건너와 해피에게 어벤저스어벤저스 면접을 봅니다. 여기서 멀티버스(Multiverse)란 서로 다른 우주가 병렬로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쉽게 말해 저마다 규칙이 다른 수많은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설정입니다. 웨이드는 엑스포스 창립자 출신에 스페셜 포스 경력까지 있었지만, 팀원 전원이 임무 중 사망한 이력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는 어벤저스라는 이름이 갖고 싶었던 거지, 남을 구하는 데 본질적인 관심이 없었죠. 해피는 그 점을 정확히 짚어냈고, 결국 거절합니다.

탈락 이후 웨이드의 삶은 어떻게 됐을까요? 자신감을 잃고 바네사와 헤어졌으며, 절친 피터와 함께 혼다, 기아 중고차를 파는 일을 하게 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알겠지만,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월세는 내야 하고 밥은 먹어야 하는 현실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옵니다. 웨이드는 맹인 할머니 블라인드의 아파트에 얹혀사는 신세였죠. 그래도 피터는 언젠가 웨이드가 돌아올 거라 믿으며 슈트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멀티버스와 보이드, MCU 바깥으로 밀려난 존재들

영화 중반부에서 핵심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TVA, 즉 시간 변동 관리국(Time Variance Authority)입니다. TVA란 신성한 시간선, 쉽게 말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공식 세계관을 보호하기 위해 시간의 흐름을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웨이드는 TVA의 라스에게 불려 가 충격적인 사실을 듣습니다. 그의 우주는 중심인물, 즉 앵커 비잉(Anchor Being)이 사망하면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었죠. 앵커 비잉이란 특정 우주를 시간선에 연결하는 핵심 존재로, 이 인물이 사라지면 우주 전체가 뿌리째 썩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웨이드의 우주에서 앵커 비잉은 영화 로건에서 생을 마친 울버린이었습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결국 떨어지게 되는 보이드(Void)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보이드란 TVA가 신성한 시간선에 포함되지 않는 존재들을 버리는 일종의 쓰레기 차원입니다. 여기서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데, 보이드에 모인 캐릭터들이 단순한 엑스트라가 아니었습니다. 블롭, 저거너트, 퍼니셔 실사판 출신 캐릭터들처럼 마블 세계관에서 한때 주목받았다가 잊힌 존재들이었거든요. 찐 팬이라면 그 캐릭터 하나하나를 보면서 얼마나 반가웠을지, 상상이 됩니다.

보이드를 장악하고 있던 카산드라 노바는 오메가급 텔레파시 능력자입니다. 오메가급(Omega Level)이란 마블 코믹스에서 능력치의 상한이 측정 불가능한 최고 등급의 뮤턴트를 뜻합니다. 카산드라는 신체 접촉만으로 상대의 과거와 심리를 읽을 수 있었고, 데드풀과 울버린은 그녀에게 제대로 당하죠.

팀워크, 최악의 울버린과 최악의 데드풀이 만나면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두 캐릭터의 관계 변화를 고릅니다.

데드풀이 멀티버스를 뒤져서 찾아온 울버린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습니다. 술에 쩌들어 있었고, 클로 발기 부전(Claw Dysfunction), 즉 클로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자신이 최악의 울버린임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보이드에서 다양한 버전의 울버린을 거쳐 오는 장면은 코믹스 팬이라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코믹스에서 울버린이 걸쳐온 대표적인 모습들을 영화는 이렇게 정리해 보여줍니다.

  • 코믹스 원작 신장에 맞춘 짜리 몽땅한 울버린
  • 왼손이 잘려나간 울버린
  • 애꾸눈의 패치
  • 슈퍼맨, 배트맨 버전 울버린
  • 올드맨 로건
  • 브라운 슈트의 울버린

둘은 꼬박 하루 동안 싸우다 쓰러지고, 쓰러진 자리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됩니다. 웨이드는 어벤저스 면접 탈락 이야기를, 로건은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들을 꺼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관계가 진짜입니다. 멀쩡한 상태에서 친해지는 게 아니라, 바닥까지 내려간 자리에서 서로를 알아보게 되는 것이죠.

로라, 즉 X-23의 설득이 전환점이 됩니다. 로건은 결국 마음을 돌려 저항군에 합류하고, 약 20년 만에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그 장면에서 극장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타임 리퍼와 메타,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

클라이맥스에서 등장하는 핵심 장치가 타임 리퍼(Time Ripper)입니다. 타임 리퍼란 특정 우주를 시간선 자체에서 잘라내어 소멸시키는 TVA의 무기입니다. 카산드라 노바가 두 번째 타임 리퍼를 가동하자, 해결책은 두 장치를 물질과 반물질로 연결해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물질과 반물질(Matter and Antimatter)이란 서로 닿는 순간 에너지 폭발로 상쇄되는 반대 속성의 입자를 말합니다. 힐링 팩터를 가진 몸이라도 원자 단위로 분해될 수 있다는 설정이었죠. 웨이드가 문을 열고 팔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고, 로건이 문을 깨고 들어와 손을 잡아 연결을 완성합니다.

영화가 마지막에 내세운 단어가 '메타(Meta)'입니다. 메타는 명사로는 물질, 동사로는 중요하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웨이드는 내내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고, 로건은 과거의 실수를 씻고 싶어 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데드풀과 중심인물이었던 울버린, 두 극단이 팀을 이뤄야만 타임 리퍼를 막을 수 있었다는 구조가 생각보다 잘 짜여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든 생각인데, 이 영화는 히어로 영화이기 이전에 "내가 중요한 사람인가"를 묻는 영화였습니다. 저처럼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중고차를 파는 웨이드도, 보이드에서 잊힌 캐릭터들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되니까요. 마블 코믹스 스튜디오의 공식 멀티버스 설정에 대해서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Marvel Entertainment).

19세 관람불가 마블 영화 중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은 처음이었습니다. 쿠키 영상에서 배우들의 젊은 시절 비하인드 영상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찐 팬이라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을 거라 확신합니다. 마블 영화의 흥행 추이는 박스오피스 공식 집계 기관에서도 확인되는데, 데드풀 시리즈는 R등급 슈퍼히어로 영화 흥행 기록을 꾸준히 새로 써왔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다음 데드풀 영화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봤으면 하는 마음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 영화가 궁금하다면 일단 예고편부터 보시고 판단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분명 기대 이상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atl4 TrMBJ-4? si=ItNsI2 U0 rBdehO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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