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 나이트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커라는 캐릭터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어떤 환경과 선택이 사람을 어디로 데려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영화 한 편이 이렇게 무거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비하인드로 보는 다크 나이트의 제작 뒷이야기
저도 처음엔 그냥 멋진 액션 영화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작 과정을 하나하나 알고 나니까 이 영화를 다시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다크 나이트는 2008년 개봉 당시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box office) 1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여기서 박스오피스란 영화관 티켓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을 집계하는 지표를 말하며, 한화로 약 1조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당시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에 이어 역대 3번째 기록이었고, 지금까지도 DC 코믹스 기반 영화 중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워너 브라더스의 위기를 구한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시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한 스피드 레이서가 흥행에 크게 실패하면서 스튜디오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졌고, 다크 나이트가 그 구멍을 메웠습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워너 브라더스는 놀란 감독에게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무조건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인셉션이었다는 건 영화 팬이라면 다들 아는 이야기죠.
또 한 가지, 제가 특히 놀랐던 건 인트로(intro) 연출 방식이었습니다. 인트로란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 즉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도입부를 가리킵니다. 배트맨 로고가 파란 불길 형태로 서서히 형성되는 장면인데, 1편은 박쥐, 2편은 불, 3편은 얼음으로 각 작품의 주제를 함축한 연출이라고 합니다. 이런 디테일 하나에도 이렇게 치밀한 계산이 들어간다는 걸 알고 나서, 그냥 넘겼던 오프닝을 다시 돌려봤습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특히 눈여겨볼 비하인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조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들고 있는 가면은 1966년 배우 시저 로메로가 연기한 조커의 가면과 동일한 디자인입니다.
- 은행털이 장면 배경에 스파이더맨 3 포스터가 보이는데, 다크 나이트는 개봉 직후 스파이더맨 3의 오프닝 수익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 고든이 들고 있던 조커 사진 하단의 날짜는 2008년 7월 18일로, 실제 다크 나이트 개봉일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 조커의 배경음악은 D 코드와 A 코드만을 조합한 단순한 구성으로 작곡되었습니다.
IMDb(Internet Movie Database)에서 이 영화의 평점은 9.0으로, 쇼생크 탈출, 대부, 대부 2편과 함께 9점대를 유지하는 단 네 개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IMDb란 전 세계 영화·드라마 정보를 집대성한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로, 일반 관객과 전문가 평점을 모두 반영하는 공신력 있는 지표입니다(출처: IMDb).
히어로와 빌런, 영화 밖에서도 이어지는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제가 직접 느낀 건, 히어로와 빌런의 차이가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배트맨은 힘이 있고 그 힘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씁니다. 반면 조커는 똑같이 강한 존재이지만 그 에너지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흐릅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게 꼭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힘이 있다고 무조건 히어로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현실에서도 같은 능력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그걸 쓰느냐는 결국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선택을 반복해왔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환경을 겪었느냐가 그 사람의 방향성을 크게 결정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 100% 맞는 건 아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자꾸 겹쳐졌습니다.
범죄심리학 관점에서도 이런 시각은 어느 정도 뒷받침됩니다. 범죄심리학(criminal psychology)이란 범죄 행동의 동기, 원인,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범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성장 환경과 양육 방식이 개인의 반사회적 행동 발현에 유의미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커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강렬하게 남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나쁘기 때문에 나쁜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의 누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걸 영화가 보여줍니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그 복잡함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표현해서, 취조실 장면 하나만으로 워너 브라더스가 안도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납득됩니다.
아날로그 촬영, 고집스러운 선택의 결과
놀란 감독이 CG 대신 아날로그 특수효과(practical effects)를 고집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가 직접 그 디테일을 하나씩 찾아보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여기서 아날로그 특수효과란 컴퓨터 그래픽 없이 실제 물리적 장치, 모형, 폭발 등을 이용해 촬영하는 제작 방식을 의미합니다.
트럭 전복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길이 12미터에 달하는 대형 트럭을 실제로 뒤집어 촬영했는데, 트럭 하부에 설치된 피스톤이 지면을 치면서 차량이 뒤집히는 방식이었습니다. 6주에 걸쳐 설계와 계산을 반복한 뒤 공터에서 실제 테스트를 완료한 후에야 본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트럭이 뒤집히는 그 순간에도 스턴트맨이 실제로 트럭 안에서 핸들을 잡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 부분을 읽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그 사람이 괜찮았을지가 먼저 걱정됐거든요.
병원 폭파 씬은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놀란 감독은 실제 건물을 폭파시켰는데,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었습니다. 폭파 전날 병원 3층에 있던 창문들이 전부 도난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일부 장면에 CG(Computer Generated Imagery) 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CG란 컴퓨터로 디지털 이미지를 생성해 실제처럼 보이게 만드는 시각 효과 기술입니다. 아날로그를 고집하던 감독이 어쩔 수 없이 CG를 쓴 대목이 괜히 웃기기도 하고, 동시에 그 고집이 얼마나 강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라고 느꼈습니다.
배트맨과 조커의 취조실 장면은 히스 레저가 직접 요청해서 조커로서의 첫 촬영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배우가 자신의 첫 장면으로 가장 강도 높은 신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히스 레저가 이 역할에 얼마나 완전히 빠져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 장면을 다시 보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어떤 상태에서 나온 결과물인지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다크 나이트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쌓이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15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로 언급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한 번쯤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시길 권합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의식하면서 보면, 같은 영화가 전혀 다르게 보일 겁니다.